'노래를 잘한다. 글을 잘 쓴다. 그림을 잘 그린다. 진도에선 이 세 가지를 자랑해서는 안 된다.' 고 말하는 문화관광해설사의 농담 섞인 진담을 실감케 하는 곳이 있다. 바로 진도 소포리마을이다. 친환경 농사와 소리를 통해 전통을 지켜가는 소포리 마을 사람들을 보면 '공력이 대단하십니다"'라는 표현을 연발할 수 밖에 없다. 그들이 소중하게 지켜온 것들이 앞으로도 더욱 가치있게 빛나길 바라며, 소포리 마을의 이야기를 시작한다.
전국 우수 행복마을, 소포리
'진도는 삶의 전부입니다.' 김병철 소포전통민속전수관장이 마을을 소개하기 앞서 한 말이다. 그의 궁극적인 꿈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람들이 살아가는 행복한 마을’을 만드는 것이다. 자신이 살고 있는 소포리마을에서 주민들과 함께 꿈을 이루어가고 있다. 2015년 행복마을 만들기 전라남도 콘테스트 문화·복지 분야 ‘최우수상’, 전국 행복마을 콘테스트 문화·복지 분야 ‘우수상(동상)’이 이를 입증한다. ‘소가포’ 또는 ‘소개’라 불린 소포리는 진도읍에서 서쪽으로 12km, 지산면 소재지에서 북동쪽으로 9km 지점에 있다. 바닷가마을로 30여 개 이상의 많은 성씨들이 모여 이룬 산성촌이다. 불과 400여 년의 역사를 가지고 오늘의 형태를 이루었다. 진도대교가 세워지기 전에 이곳은 여객선으로 목포, 진도를 왕래하던 유일한 나루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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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엔 소금을 생산하며 마을이 번성했다. 그러다 크고 작은 해수면을 간척하면서 농토를 이루게 되었다. 해풍, 해운의 영향으로 유기질이 풍부한 간척지에서 일조량을 받고 자란 쌀, 특히 검정찹쌀이 맛있기로 유명하다. 이를 최초로 재배한 자부심이 있다. 그래서 지금은 ‘소포검정쌀 정보화마을’로 불리기도 한다. 대파, 월동배추, 고추 등도 주요 특산물이다. 김병철 전수관장은 10여 년이 넘도록 친환경 농사를 지으며, 건강한 행복도 더불어 전하고 있다.
전통을 지키는 아름다운 사람들, 전통소리문화체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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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농사를 지으면 3년을 먹고 산다'고 할 정도로 풍년의 기쁨을 맞이하는 곳인데, 이는 여자의 노고가 크다. 진도는 여자가 주로 가사노동을 한다. 여자가 ‘모’를 심는 모습이 낯선 곳이 아니다. 힘든 농사에도, 그들을 살게 한 힘은 ‘소리’였다. 부녀자들의 구성진 노랫가락을 여기저기서 들을 수 있는 마을이다. 1968년에만 해도 261세대 1,771명이 사는 큰 마을이었으나, 현재는 137가구만 남아 있다. 이 소리를 어쩌면 더 이상 들을 수 없을지도 모를 위기. 그래서 그들이 택한 건,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한 공연이었다. 주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인간문화재다. 그들은 ‘전통소리문화체험’을 통해 사람들을 만나고 있다. 소포 전통 민속전수관은 그들의 연습 장소이자, 사람들과 소통하는 무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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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자배기'를 통해 소리의 진면목을 만나볼 수 있다. 남도 민속음악을 연구하는 고선 이윤선 선생이 말하길, '남도음악의 근간이 되는 것은 흥그래 타령입니다. 장단도 없고, 박자도 없고, 이렇게 노래를 해요. '엄메 엄메 우리 엄메, 뭐달라고 나를 나서, 글공부나 시켜 주제, 일공부를 시켜 가꼬, 딸고생을 시키는가' 이런 식으로요. 그냥 슬플 때도 하고, 기쁠 때도 하고, 놀면서도 하고, 이것이 기본 기저에요.' 덧붙여 이를 통해, 음악적으로 구성된 여섯 박자의 노래가 '육자배기'라고 설명했다. 삶의 무게를 견뎌오며, 겹겹의 한을 '흥'으로 승화시킨 소리가 가슴 한 구석을 시큰하게 때린다.
공연의 명장면 중 하나는 '진도 북춤'이다. 김내식 명인이 등장한다. 그는 무형문화재 39호다. 진도 북춤은 소포걸군농악에서 최초로 시작되었다. 현존하는 북놀이 중 가장 원형에 가깝게 보존하고 있다. 양손에 북채를 쥐고 장구처럼 치는 것이 신기하기만 하다. 80세가 가까운 나이를 잊게 한다. 북 뿐 아니라 눈짓, 손짓 춤사위가 어우러져 흥이 더욱 달아오른다.
함께하는 어울림, 강강술래
어느덧 공연의 마지막인 강강술래다. 이는 중요무형문화재 8호로 지정 돼 있다. 노래만 익히 들었을 뿐 눈앞에서 보는 건 처음이다. 어머니들이 둥그렇게 원을 그리며 선다. 양쪽에 선 사람들과 손을 잡고 노래에 맞춰 동작을 한다. 서서히 공연을 지켜보던 관람자들도 어머니 사이사이에 서서 함께 손을 잡고 노래를 한다. 무대와 객석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순간이다. ‘오던 길로 다시 가세 강강술래, 뒤로 한번 돌아보세 강강술래’. 노래에 맞춰 돌기도 한다. ‘익쌰, 적쌰, 익쌰, 적쌰’를 외칠 땐, 저마다 약속이라도 한 듯 가장 역동적인 동작을 취한다. 한바탕 신명나게 놀고 나니, 그 동안 쌓인 스트레스가 모두 날아간 듯 개운해진다.
마을 사람들은 미스터리서클, 서울광장 플래시몹 등의 행사를 통해 보다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자 한다. 김병철 전수관장은 이러한 행사를 통해 박제화 된 ‘강강술래’의 역동성을 다시 찾고, 누구나 함께 즐길 수 있는 문화 나눔의 의미를 전하고 싶다고 한다.
감동적인 공연의 여운을 되새기며 특별한 하룻밤
- 폐교를 개조한 '길은푸르미체험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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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포리마을의 신명나는 소리여행이 끝나고, 진도 여행에서의 특별한 하룻밤을 원한다면 ‘길은 푸르미 체험관’을 찾으면 된다. 이곳은 폐교를 개조하여 농촌체험관으로 운영하고 있는 곳으로 소포리마을에서 가까운 거리(2.61km)에 있다. 이곳 역시 소리의 고장답게, 체험관에 들어서면 제일 먼저 한 쪽 벽면을 가득 채우는 북, 장구들이 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복도 쪽으로 농기구들이 전시 돼 있다. 농촌에서 나고 자란 어른들에겐 향수를, 아이들에겐 색다른 호기심을 자극한다. 2층으로 올라서면, 숙박시설이 있다. 넉넉한 크기를 자랑하는 20인 기준 단체실 3실, 가족이 이야기꽃을 피우는 4~5인 기준 가족실 4실, 별관 2실로 이루어져 있다. 내 집처럼 따뜻함을 주는 덕분인지, 하루를 알차게 여행한 덕분인지 눕자마자 잠들어 버렸다. 다음 날, 운동장을 한 바퀴 돌며 상쾌한 아침을 맞이해보는 것도 좋을 터. 길가에 수놓아진 동백꽃을 발견한 행운은 또 하나의 선물이었다. 이 밖에 잔디축구장, 식당, 정보화실, 족구장, 샤워장, 세미나실 등의 부대시설도 편의를 더한다.
그 동안 우리는 흥을 잃어버린 채 살았던 게 아닐까. 행복을 거부하고 살고 있는 건 아닌가. 어려운 게 아니다. 노래 한 자락에 시름을 흘려보내고, 춤사위에 날려버리며 오늘을 충분히 사는 것, 함께 살아가는 것, 그것이면 된다. 소걸음 걷듯이 문화를 지키며 살아가는 이곳 사람들. 오래오래 우리 곁에서 삶의 지혜를 일러주면 좋겠다.
[트래블스테이] 길은푸르미체험관
특별한 추억이 필요하다면? ‘길은푸르미체험관’을 주목해보세요! 폐교를 활용해 조성한 길은푸르미체험관은 옛 추억의 향수를 제공하는 진도군 지정 도시·농어촌 교류 활성화 체험 휴양마을입니다. 시골의 정취와 함께 북 놀이, 고동 따기, 홍주 만들기 등 다양한 농어촌 체험이 트래블피플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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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트래블투데이 지역 주재기자 고기은
발행2016년 07월 09 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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